밤에.



사진- 인사동.















자그마한 노란 꽃들이 자잘하게 핀 화분을 하나 사서 창가에 올려 놓았는데 잘 키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는지 어느날 물을 너무 많이 주어 뿌리가 썩어 버렸다. 창틀에 후드득 떨어진 꽃잎들은 손으로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넣었지만 꼬부라지고 비쩍 마른 잎사귀만은 용케 붙어서 숱 빠져서 폐기된 싸리 빗자루처럼 화분에 멋적게 꽂혀있다. 예전에는 화분을 죽이고 나면 부지런히 게으름으로 인한 살상의 흔적을 창가에서 치우곤 했지만 요즘에는 뭐든지 새삼 더 귀찮아져서 그대로 놔둔지 여러 날이 되어 버렸다.

나이가 든다는 건 슬퍼지는 것들을 잊고 살거나 무덤덤해지는게 아니라 그것을 배설하는 방법을 약삭빠르게 습득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영혼에 창자가 생기고 창자에는 우둘투둘한 근육이 생겨서 삼켜지는 모든 것들을 무덤덤한 연동운동으로 꾸역 꾸역 결국 밖으로 밀어내는 법을 아는 것이다.

새벽이 오기 전 똑, 하고 마음의 똥덩어리를 떨어뜨리기 전 마지막으로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창문을 드르륵 열었더니 볼품없이 앙상한 화분이 무뚝뚝한 친구처럼 서 있다. 따가운 얼굴을 거풍하며 초라한 나뭇가지가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위안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오더라.
퐁당, 하고 떨어뜨릴 수 있었다.

by RunningDog | 2009/06/16 19:35 | diary 2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nemoes.egloos.com/tb/416701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