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국화.

A와 B는 작은 국화꽃이 핀 정원이 보이는 커피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B는 조금 말이 없는 편이지만 A의 얼굴을 보는 걸 좋아하고 A는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A가 말했다.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언니는 한 번도 엄마 제사에 오지 않았어. 너무한 것 아니야?

엄마가 돌아가신 게 언젠데, 십년도 더 넘었잖아. 어떻게 장례지내고 한 번도 오지 않을 수가 있니? “

“그건 좀 이상하네. 그럼 제사는 아버지랑 너만 지내는거야?”

B가 사과 쥬스가 싱겁다고 생각하며 계피가루를 타면서 물었다.

“나랑 작은 오빠만 매번 오지.”

B는 늘 바보같이 남에게 당하고 산다고 A의 불평을 듣는 A의 호리호리한 언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A가 냅킨으로 마름모꼴로 접으며 말했다.

“그래서 한번은 내가 언니에게 울면서 따졌지. “언니,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시댁 제사는 빠짐없이 가면서. 아부지가 불쌍하지도 않아?”

우리 아부지, 제사 때마다 술 따르면서 울거든. 정말 빠짐없이 울어.”

B는 A가 늘 버들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A의 언니는 국화. A는 국화꽃을 좋아했었다. 그러니까 A는 A의 언니를 늘 좋아했었다. 예전에 B는 버들강아지와 국화 아버지가 늘 다 귀찮다며 혼자 강가의 돌멩이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B가 물었다.

“그래서 언니가 뭐라고 했는데?”

“언니 대답이 정말.. ..”

“너무 슬퍼서 올 수가 없대.”

“......”

“슬퍼서 제사에 올 수가 없다니,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더라.”

“그래. 너희 언니가 참 너무하네. 너 속상하겠다”

A는 쥬스를 마시며 고개를 돌리고는 정원을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가 글썽거려서 살짝 반짝거렸다.

“ 그런데 말이야. ”

B는 탁자를 보는 듯 마는 듯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 사실 너희 언니도 이해가 가.”

“.........”

“.........”

A와 B는 한동안 말없이 마주 보다 고개를 돌렸다. 겨울이 다가오는 저녁 정원에 조금씩 시들어가는 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B가 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B: 이런 데는 말이지. 국화 같은게 아니라 대나무나 소철같은 걸 심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A: 아니면 관음죽 같은 것도.

B: 아니면 대추나무 같은 것도.

A: 아니면 측백나무도 좋겠네.

B: 그것도 괜찮겠다.

A: 아, 꽃양배추도 정말 괜찮겠네.

B: 그래, 꽃양배추가 좋겠다.

by RunningDog | 2009/11/02 22:31 | 일기가 아닌 것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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